Review

영 아티스트 포럼 앤 페스티벌 현악본색

청춘들의 현악 헌사

영 아티스트 포럼 앤 페스티벌(YAFF)은 작년 ‘열혈건반’을 통해 한국 피아니스트 8인(김준호∙박종해∙박진형∙원재연∙이재경∙이택기∙한상일∙홍민수)의 저력과 한국 클래식의 전망을 보여주었다. YAFF가 올해 주최한 젊은 현악기 연주자들의 무대 ‘현악본색’은 현악기 연주곡의 깊이와 넓이, 또 폭을 알려주는 무대였다. 정오와 오후 3시 30분, 저녁 7시 30분, 하루 세 번의 공연으로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곡과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부터 낭만주의 첼로 소나타들, 그리고 이자이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까지 다양한 현악 작품들을 망라해 선보였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바치는, ‘현악기를 위한 음악’에의 헌사였다.

총 3회의 공연 중 저녁 7시 30분 공연을 선택해 관람했다. 이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이우일∙이재형∙김동현, 비올리스트 이승원∙이서현, 첼리스트 강승민∙이호찬이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이우일),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김동현∙이승원), 베토벤 현악 삼중주 Op.8(이재형∙이서현∙이호찬), 쇼스타코비치와 닐스 가데의 현악 팔중주 작품(출연자 전원)을 차례로 들려주었다. 앙코르에는 이날 오후 공연의 출연자인 첼리스트 이정현도 함께 했다. 연주회의 문을 연 이우일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5번으로 현악 연주의 아슬아슬한 매력을 뽐냈다. 명확한 피치카토와 포인트를 확실히 짚어주는 연주로 이자이 독주곡의 화려함을 극대화해 보여줬으며, 젊은 연주자다운 음색의 반짝거림이 있었다. 이어서 연주된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에서는 김동현과 이승원의 단단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곡의 중반까지 차근차근 응축시킨 힘으로, 곡의 후반부에서 둘은 마치 달리는 스포츠카에 탄 듯한 기분 좋은 속도감을 선사했다.

이재형(바이올린) ∙이서현(비올라) ∙이호찬(첼로)이 연주한 베토벤 현악 3중주를 위한 세레나데 Op.8은 발랄한 도입과 세 연주자의 세밀한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재형의 스케일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을 연상케 하는 밝고 청명한 음색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저녁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8중주를 위한 2개의 소품 Op.11이었다. 이들은 바이올린 넷, 비올라 둘, 첼로 둘의 간결한 편성으로 현악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두께와 질감을 그려냈으며, 1곡 프렐류드에서는 첼로 연주자들이 호른과 같은 관악기의 느낌까지 표현해 주었다. 2곡 스케르초에서도 복잡한 선율을 촘촘하고 타이트하게 짜 넣어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악상 표현도 파트마다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어 피아노에서 마치 갑자기 멀리서 연주되는 듯한 표현을 놓치지 않았다.

이날 공식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덴마크 닐스 가데(1817~1890)의 현악 8중주 Op.17이 장식했다. 멘델스존의 영향력이 물씬한 이 작품의 1악장에서 ‘현악본색’ 연주자들의 조화와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느낌은 곧 두 곡의 앙코르로 이어졌다.

하루 동안 세 개의 무대로 진행된 ‘현악본색’의 중간 공연을 리사이틀로 선보인 이정현(첼로)은 앙코르 공연에 합세했다. 9인의 ‘현악본색’ 연주자들은 이 계절에 딱 맞는 비발디 사계 중 ‘여름’과 영화 ‘영웅본색’의 메인 테마를 들려주었다.

앙코르 동안에는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공개적으로 허용해 ‘연주회 관람 인증’을 원하는 콘서트 고으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주었다.